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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국화꽃의 비밀 (18150)번 [텍스터의 서재] 
저자 : 김환희
출판사 : 새움    [출판사의 서재]
출간일 : 2001-9-14
분야 : 문학/수필 도서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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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국화꽃의 비밀 / 출판사 : 새움
미당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비롯 시 세계 전반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 18150 (★★★★☆)
글쓴이
흔적 날짜
2017.09.11 23:59:38 추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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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나무 출판사가 ‘미당 서정주 전집’(전 20권)을 완간했다. 미당 문학상 심사위원인 황현산 평론가는 미당은 명백하게 친일시를 썼고 광복 이후에도 몇 차례에 걸친 정치적 과오를 저질렀지만 미당이 한국어를 아름답게 일으켜 세운 공로는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는 말을 했다.

미당이 한국어가 말살될 위기에 처했던 1930년대와 40년대에 한국어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깊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당은 찬반이 분명하게 나뉘는 시인이다. 유종호, 이남호 등의 평론가가 미당 마니아라 할 수 있고 반대 진영에서는 미당의 시가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다고 볼 수 없으며 그렇다 해도 그의 친일, 친독재를 도외시하고 시만을 푱가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함돈균 교수는 최근 황현산 평론가가 미당의 시를 인정한다고 해서 그가 친일을 한 것은 아니라는 말을 했다. 미당의 시가 윤동주, 소월, 백석, 김수영, 김춘수 등의 시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를 정교하게 분석할 여력이 없다. 다만 지금보다 많은 시를 읽을 필요가 있고 거장 시인들의 시를 본격적으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환희의 ‘국화꽃의 비밀’(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비롯 서정주 시세계 전반을 분석한 책. 2001년 출간)을 지난 2013년 8월 읽은 이래 4년여만에 다시 읽고 내용을 정리한다.

1.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황국(黃菊)은 일본 왕실과 태양 상징.(‘국화 옆에서’)

2. 시인들은 그냥 꽃이라 말하지 한 송이의 꽃이라 말하지 않음.(“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는 예외적.) 한 송이 꽃: 일왕.

3. 일제 강점기에 경성부의 남산에 세워졌던 신사(神社)인 조선신궁(朝鮮神宮)에 청동 거울이 있었음. 청동 거울, 청동검, 곡옥(曲玉)은 삼종신기(三種神器)라 불림.(“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4. 일왕의 인간 선언 시점은 1946년 1월 1일. ‘국화 옆에서’의 창작 시기는 1947년 1월. 인간선언으로 현인신(現人神)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히로히토왕의 이미지와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이란 구절의 이미지 비슷. 술술술술 시를 쓰는 서정주도 엄청난 상징과 비밀이 깃든 시를 쓰는데 1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는...

5. 아마테라스(일본 신화의 태양의 여신) 신화에 최초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신(神) 이자나기의 아내 이자나미는 불의 신 카쿠쓰치를 낳다가 너무 뜨거워 타 죽고 만다. 이자나기는 죽은 신들이 사는 황천으로 간 아내 이자나미를 따라 간다. 이자나미는 저승의 음식을 먹은 탓에 돌아갈 수 없자 남편인 이자나기에게 저승의 신들과 의논할 테니 그때까지는 자기 모습을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자 이자나기는 참지 못하고 머리에 꽂았던 빗을 뽑아 불을 붙여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불빛에 비친 이자나미의 온몸에는 온갖 구더기들이 들끓는다. 이자나미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이자나기는 도망친다. ‘일본서기(日本書紀)’와 함께 일본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고사기(古事記)’는 이를 번개의 신(뇌신: 雷神)으로 표현.(“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6. 사별한 아내가 그리워 황천국으로 여행하는 남편, 몸의 부패, 천둥신 등의 시상은 미당 시의 소쩍새와 천둥이 형성하는 모티브와 상응, ‘고사기’에 등장하는 동굴 칩거, 누님의 귀환, 거울 앞에 선 여인 등의 여러 모티브들은 ‘국화 옆에서’의 천둥, 거울, 무서리 등의 시어들과 맞물림.

7. ‘고사기’에는 아마테라스가 남동생인 스사노오의 잘못으로 베틀을 짜는 자신의 하녀가 죽자 동생을 피해 동굴로 숨는 장면이 나온다. 천상계와 지상계가 암흑에 빠지고 각종 재앙이 생겨난다. 신들이 지혜를 모아 거울로 아마테라스의 호기심을 자극해 아마테라스를 동굴 밖으로 나오게 한다.(“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누님의 귀환) 아마테라스는 손자 니니기에게 자신을 동굴 밖으로 나오게 한 거울을 징표로 주며 그것을 자신의 혼으로 여기고 자신을 모시는 것처럼 우러러 모시라고 말한다.

8. 일본 신화 속의 대모들(이자나미, 목화(木花), 토요타마비메)은 하나 같이 소복하고 거울 앞에 우두커니 홀로 앉아 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서정주의 시집 ‘귀촉도’에 수록된 시 ‘목화’는 목화(木花) 즉 코노하나노사쿠야비메이다.

9. 야마토 민족과 한민족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은 아마테라스의 남동생 스사노오를 단군 내지 신라인으로 간주. ‘국화 옆에서’, ‘누님’, ‘목화’ 등 서정주의 시들에 나오는 누님은 일본 또는 아마테라스로, 남동생은 우리나라 또는 서정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

10. 아마테라스 신화를 구성하는 사별한 님을 향한 통곡, 수를 놓거나 베를 짜는 지고지선한 누나, 여인의 고독한 은둔, 천상계에서 추방되어 세상을 떠도는 탕아 등은 서정주의 시세계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이미지들이다.

4년 전에 비해 열의가 더한 느낌이다. 당시에는 나만을 위해 불친절하게 정리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친절하게 정리했다. 나는 김환희의 입장에 적극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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