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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은유의 힘 (17731)번 [텍스터의 서재] 
저자 : 장석주
출판사 : 다산책방    [출판사의 서재]
출간일 : 2017-7-26
분야 : 문학/수필 도서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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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은유의 힘 / 출판사 : 다산책방
은유, 거울, 리듬 등의 언어로 시를 읽고 설명한 책17731 (★★★★☆)
글쓴이
흔적 날짜
2018.02.03 22:23:23 추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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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 평론가의 ‘은유의 힘’은 은유(隱喩)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시에 대한 책이다. 국내외 다양한 시인들의 시를 부지런히 많이 읽는 저자는 “좋은 시인이 되려면 좋은 시집들을 구해 죽을 만큼 많이 읽”으라고 조언한다.

시에서 중요한 것은 모호한 그대로의 이미지이지 의미의 맥락이 아니다.(21 페이지) 저자는 몸으로 쓰는 시와 머리로 쓰는 시를 구분한다. 머리로 쓰는 시는 가공된 기억들을 가져다가 쓰는 시들, 그렇기에 외침, 주장, 선동인 시들이고 몸으로 쓰는 시는 욕망과 무의식의 시다.(23 페이지)

은유는 사유를 무한 확장하는 힘을 가졌다.(8 페이지) 시만 은유를 독점적으로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은유 없는 시를 상상하기는 어렵다.(30 페이지) 대상과 은유 사이에는 틈이 있다. 틈이 클수록 은유의 효과는 크다.(30 페이지) 틈은 의미가 깃드는 장소이다.(31 페이지) 은유는 맥락(脈絡)이 아니라 끊김이고 그냥 끊김이 아니라 맥락의 찰나적 출현이다.(36 페이지)

‘은유의 힘’에는 방향에 관한 말들이 많다. 꽃은 꽃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는 궁극의 무엇이다.(55 페이지), 은유는 실재에서 나왔으되 그것의 속박에서 벗어난다.(39 페이지), 윤동주 시인의 '구리 거울'은 얼굴 - 표면을 비추는 도구를 넘어서서 보이지 않는 내면의 윤리성을 점검하는 사회장으로 작동한다.(63 페이지),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어야 그리움이 생겨난다. 말은 그것에게 건너가는 다리이다.(101 페이지), 시를 쓸 때는 대상에서 가장 먼 이미지들을 데려와야 한다. 대상과 먼 이미지들 사이의 모호함을 타고 나가라는 뜻이다.(110 페이지.. 30 페이지 참고), 사람의 목에서 나온 낭랑한 소리들은 음성학적 파장 현상을 넘어서서 말이 되고자 애쓴다(203 페이지) 등.

‘은유의 힘'에는 은유들이 넘친다. 두 가지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시인들의 시에 나오는 것과 저자 자신의 것. 가령 세상의 모든 펄럭이는 것들을 혀라 생각하는 임승유의 '수화(手話)'란 시가 그것이다.(30 페이지)

반면 은유는 대상의 삼킴이다, 거울이 아니라 거울에 비친 상이고 신체의 현전이 아니라 언어의 현전이다.(31 페이지)란 구절은 은유에 대한 (저자의) 은유이다. 시인은 자기 세계의 한복판에서 산다는 점에서 농부다.(85 페이지)는 구절은 시인에 대한 은유이다. 물은 죽음이고 부활이란 말(111 페이지) 역시 은유이다.

저자에 의하면 시는 모호함 속에서 윤곽을 만들며 떠오른다.(109 페이지) 우리는 저마다 시간이라는 우주적 규모의 도서관에 꽂힐 책을 쓰고 있다는 말(144 페이지)도 참신하게 읽히는 은유이다. 나쁜 은유, 해로운 은유는 없다. 오직 명석한 은유와 덜 명석한 은유가 있다.(39 페이지)

저자는 자본이 지배하는 세속 사회는 가장 먼저 효율성이 없는 것들 즉 시와 철학을 제거한다고 말한다.(160 페이지) 일리있는 말이다. 하지만 대중이 스스로 재미 없는 것들 즉 시와 철학을 외면하는 것이 아닐까?

'은유의 힘'은 수사(修辭)가 현란(絢爛)한 책이다. 들뢰즈, 아감벤, 바슐라르, 보르헤스 등의 이론들이 수시로 등장하지만 주의하면 크게 어렵지 않다. 시인은 욕망하는 자이고 시는 욕망 그 자체이다.(166 페이지) 직유는 아무리 좋더라도 은유의 나쁜 친척이다.

좋은 시인들은 이것과 저것은 같다고 쓰지 않고 이것은 저것이라고 쓴다.(169 페이지) 저자의 단언, 은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나쁜 시들은 사실보다 더 큰 진실을 담으려는 시, 큰 목소리로 외치는 시, 옳은 소리만 해대는 시들이다.(173 페이지)

저자는 악서가 있듯 악시도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악시 비판자는 없다는 것이다.(176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언제부터인가 주변에 악시들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176 페이지) 거짓과 과도함에 오염된 시들, 인간 본성을 왜곡하는 시, 도덕적 상투성에 빠져 화석화된 진실들을 파렴치하게 담는 시들, 이기주의와 진부한 인지들로 가득찬 시들이 나쁜 시들이다.

시는 삶의 찰나들, 모호한 무의식적 꿈의 신호들, 구체적 경험의 국면들, 아침이 오고 다시 저녁이 오는 일 따위에 대해 쓴다.(177 페이지) 시의 한계는 언어의 한계와 맞물린다.(183 페이지) 시는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뚫고 우리에게 온다. 좋은 시들은 예외 없이 해석할 수 없는 심연을 갖고 있다. 시는 해석의 불가능성을 품고 있을 때 지속성을 얻는다. 이는 시가 말할 수 없는 것의 말함이기 때문이다.(183, 184 페이지)

시는 결코 자신의 전부를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전부를 감추지 않는다. 그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다. 위태로운 곡예다... 그런 시를 읽는 일이란 내게 끝없는 조갈이고 더 없는 해갈 그 자체이다.(정끝별 지음 '오룩의 노래' 7 페이지) 저자의 시론을 읽고 이 구절을 떠올렸다.

나는 시란 무의식의 바다를 맴도는 비정형의 이미지들을 언어화하는 것이라 말한다. 물론 죽은 비유일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시란 무엇인가란 물음과 의심 속에서 시를 사십 년이나 쓴 뒤 비로소 시의 수사학적 기교들, 은유와 상징과 이미지들, 시의 리듬과 소리의 파장들, 혹은 음역(音域)들, 의미와 무의미의 분별과 경계들, 그리고 시의 통사적 흐름들에 대해 가까스로 몇 자 끼적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189 페이지)

이 창의성의 총체, 의외의 발상, 관성적 익숙함의 전복! 시가 종이에 쓰이고 종이에 인쇄되는 것이라면 모든 시는 피와 종이의 전쟁이다. 누가 시가 전쟁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가? 시는 때로 거울이다. 거울은 온전하거나 깨져 있거나 상관 없이 무언가를 통찰하고 살피는 장치이다.(190 페이지)

좋은 철학이 그렇듯 좋은 시 역시 낡은 규범들을 깨고 그 경계를 넘는 반시대적 유전자를 갖는다.(233 페이지) 좋은 시는 기억이 아니라 반(反) 기억 혹은 망각에 더 기댄다. 기억에 기댄 시들은 평범하다... 비범한 시인들은 가증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삶의 파편들이 뒤죽박죽 섞인 채 방치된 망각과 무의식에서 시를 길어낸다.

시는 의미화에의 의지가 아니라 존재에의 의지에 더 강한 탄력을 얻는다.(247 페이지) 시에서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의미가 아니라 태도와 시선의 영역이다.(247, 248 페이지) 시는 살아있다는 것의 기미를 언어로 포획하는 일이다.(249 페이지) 좋은 시들은 시가 말의 무덤이거나 수사(修辭)이기 이전에 리듬이고 속도라는 걸 일러준다.(271 페이지)

좋은 시구를 읽을 때 앎 이전에 몸이 먼저 시의 리듬에 반응한다. 리듬이란 정신의 율동이고 세상을 가로질러가는 마음의 속도다.(271 페이지) 봄(보는 것)은 대상에의 본성적 이끌림이고 주체의 의지가 그것을 향해 막무가내로 가로질러 가는 것이다.(272 페이지) 시인은 시의 창조자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즐비한 것들의 발견자다. 직관은 말로써가 아닌 빛으로 온다. 시인은 이 빛, 이미지로 온 것에 언어를 덧입힐 뿐이다.(272 페이지)

‘은유의 힘’은 이전보다 조금 더 자신 있게 시를 대할 수 있으리란 예감을 갖게 한다. 정독(精讀) 아니 고투하는 수가 내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늘 최후의 ‘몫’은 나의 것이다. 읽는 방식을 배웠으니 읽는 수 밖에.

읽기에 좌절과 혼돈이 수반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리라, 특정 시를 읽으며 그것이 왜 좋은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시는 직관적으로 읽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설명하지 못할 것은 없다. 그러나 어떤 시가 나쁜 이유를 말하는 것은 별개의 차원이리라.

많이도 읽고 깊이도 읽자. 읽다가 막히면 ‘은유의 힘’으로 돌아가 보자. 그리고 시를, 닮은 듯 다르게 설명하는 다른 논자들의 글도 만나도록 하자. 삶은 살기 어려운데 시가 쉽게 쓰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말한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인용하며 문 밖에서 문 안을 비판하지 말고 참여하는 지혜, 아니 용기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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