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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밖으로부터의 고백 (18895)번 [텍스터의 서재] 
저자 : 정은경
출판사 : 파란    [출판사의 서재]
출간일 : 2017-5-9
분야 : 인문/사회 도서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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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 밖으로부터의 고백 / 출판사 : 파란
디아스포라의 참 의미를 찾아 읽는 문학평론집 18895 (★★★★☆)
글쓴이
흔적 날짜
2018.02.10 21:51:16 추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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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는 이산인(離散人)을 뜻한다.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를 떠돌던 유대인들을 이르던 말이었으나 지금은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이유 등으로 고향을 잃고 떠도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문학평론가 이미옥은 윤동주 시인을 고향을 상실한 사람이 아닌 고향이라는 좌표를 설정하지 않은 디아스포라로 보았다.(‘디아스포라 시인 윤동주’ 참고) 이런 입장은 강남순 교수의 책에서도 접할 수 있는 바이다. “예민성을 지닌 사람은 이 세계의 한 곳에만 애정을 고정시켰고 강한 사람은 모든 장소로 애정을 확장했고 완전한 인간은 자신의 고향을 소멸시켰다.”(304 페이지)는 말이다.

제1부 제국과 식민, 제2부 노스탤지어와 기억 등으로 이루어진 정은경 문학평론가의 ‘밖으로부터의 고백 디아스포라로 읽는 세계문학’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 강상중의 ‘마음‘, 할레이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찰스 부카우스키의 ’죽음을 주머니에 놓고‘ 등의 문학 작품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디아스포라 문학을 민족국가적 기원에서 벗어난 이들이 겪은 이산의 경험을 형상화하고 이를 사유하는 문학으로 정의한다.(13 페이지) 지금의 디아스포라 현상은 다분히 정치, 경제적인 동력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디아스포라는 바깥의 일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들어와 있는 현상이다.

디아스포라는 그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에도 불구하고 노스탤지어라는 하나의 공통된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憧憬)이지만 이때 말해지는 조국은 현실적인 조국이 아니라 차별과 고통이 없는 상상의 조국이라는 점에서 유토피아적이다.(22 페이지)

스테판 츠바이크(1881 – 1942)는 독일어로 문필 활동을 한 유대인 오스트리아 작가였다. 츠바이크는 코스모폴리턴을 지향한 자유로운 문인이었다. 코스모폴리턴은 인류 전체를 하나의 세계 시민으로 보는 사람을 말한다.(강남순 지음 ’배움에 관하여‘ 24 페이지)

츠바이크는 세계적 작가였으나 고향에서 책이 화형당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고 유럽 최대의 장서가이자 필적 수집가였으나 모두 두고 떠나야 했고 세계시민이고자 했으나 어느 곳에서도 평온할 수 없었다.(34 페이지) 츠바이크는 같은 유대인이자 역시 나치 치하에서 자살로 삶을 마친 발터 벤야민(1892 – 1940)과 비교된다.

저자는 타예브 살리흐의 소설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이 막장 드라마라는 외양 속에 흑백의 멜로 드라마를 둘러싸고 있는 제국과 식민지, 인종 차별, 오리엔탈리즘적 요소를 내장하고 있음을 주목한 에드워드 사이드, 가야트리 스피박 등을 언급한다.

저자는 이 소설을 읽으며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흰 가면‘을 강렬하게 떠올렸다고 말한다.(두 작품은 한 챕터에 편성되었다.) ’검은 피부 흰 가면‘은 프랑스 식민지하의 앙틸레스(서인도 제도의 섬) 사람들의 정신분석적 임상 연구서이다. 이 책을 한스 요하임 마즈의 ’사이코의 섬‘과 비교해도 좋을 것이다. ’사이코의 섬‘은 분단 체제하의 구동독 주민들에 대한 정신분석적 보고서이다.

저자는 흑백 갈등은 단순히 인종 차별 의식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제국의 침략과 식민지의 결과물이고 빈부 격차와 직결되는 문제라 말한다.(67 페이지) 저자는 메도루마 슌(1960 - )의 소설은 마술적 요소에 주된 근거를 두지만 그것은 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과도, 20세기 서구 모더니즘 또는 최근 소설의 유머와 치유의 코드와도 다르다고 설명한다.(69, 70 페이지) 메도루마 슌은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오키나와는 미군 기지로 점철된 전쟁의 땅이다.

유대인이 흠모한 알리(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라는 제목으로 노먼 메일러(Norman Mailer: 1923 – 2007)의 ’파이트‘를 다룬 챕터에서 우리는 반투철학이란 말을 듣게 된다. 이는 인간을 존재가 아닌 힘으로 보는 아프리카 부족민들의 철학을 말한다.

이는 사람을 단지 몸이나 욕망, 기억, 성격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라 살았거나 죽은 모든 것들로부터 어느 순간 자신에게 옮겨와 머무는 여러 힘의 집합체로 보는 철학이다.

결국 사람은 그저 자기 자신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몸 속에 남은 선조 세대의 기운이기도 하며 혼을 가진 한 사람이 아닌 주변을 둘러싼 모든 근원과 사물에 동조하는 일부이다.(89 페이지)

노먼 메일러는 반투철학을 통해 알리의 복싱을 사유한다. 반투를 우분투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 우분투는 아프리카 응구니족의 말로 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로 인해 비로소 한 사람임을 뜻하는 말이다.

메일러는 알리의 핵심 기술을 엊어 맞기, 끊임없는 공언과 독설을 통한 자신감의 연금술("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겠다", "포먼의 주먹은 너무 느려 내 몸에 닿으려면 일 년은 걸릴 거야" 등) 등으로 보았다. 저자는 노먼 메일러가 알리가 링 밖에서 펼쳐 보인 더 무시무시한 싸움에 덜 주목했다고 말한다.(94 페이지)

알리는 1942년 태어나 2016년 타계했다. 흑인 인권운동가이기도 했던 알리는 1960년대 베트남 전쟁에 반대해 징병을 거부해 챔피언 자리를 박탈당하고 3년 5개월간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절망은 어떻게 신이 되었나’란 제목으로 로힌턴 미스트리 삼부작을 다룬 저자는 자신이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으로 인도를 보아왔다고 말한다.

이 말은 ‘적절한 균형’, ‘그토록 먼 여행’, ‘가족 문제’ 등의 로힌턴 미스트리의 삼부작을 읽고 말해진 바이다. 로힌턴 미스트리는 1952년 인도 뭄바이 태생의 작가이다. 저자는 신은 희망이 아니라 완전한 절망과 슬픔이 만든 탄식이고 광기로 빚어진 절규가 아닐까, 란 말을 한다.(99 페이지)

로힌턴은 파르시 문제를 다룬 작품들을 썼다. 파르시(Parsi)는 인도에서 이란의 예언자 차라투스투라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페르시아인들'을 의미하는 파르시들은 이슬람교도들에 의한 종교박해를 피해 인도로 건너간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도의 후손들이다.

저자는 우리의 삶이 아무리 처참하게 파괴되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상실했다 해도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우리가 있는 한 구원과 희망은 가능하다고 말한다.(108 페이지) 이 말은 저자의 디아스포라 문학 관련 책 기획 의도를 더욱 확실히 알게 하는 말이다.

저자의 인상적인 문장을 음미하는 것도 작지 않은 기쁨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가령 로힌턴 미스트리가 소설을 통해 저자 자신의 인도 이해가 얼마나 큰 오해이며 폭력이었는지를 뺨을 후려치듯 일깨워 주었다고 말하는가 하면(97 페이지) 니체의 영원회귀처럼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될 것 같고 그 파도의 출렁임 속에 피로와 허무로 찌들어 있던 어느 날 할레이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들’이 자신의 눈을 번쩍 뜨게 했다는 말을 한다.(109 페이지)

호세이니의 이 작품은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보편적 인간의 삶으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저자의 설명을 통해 우리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읽으면 라캉의 실재계, 상상계 등의 개념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의 작가 찰스 부카우스키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멋있게 들리는 것은 도박하듯 글을 쓰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166 페이지) 저자는 이에 정곡(正鵠)을 찔린 느낌이라는 말을 한다. 저자는 부카우스키가 찬사 받은 이유를 댄다. 이 글은 형식면에서 츠바이크에 대한 글처럼 읽힌다.

“슈테판 츠바이크, 그는 세계적 작가였으나 고향에서 자신의 책은 화형당해야 했고... 가장 정신적인 삶을 살고자 했으나 유대인이라는 육체에 갇혀 정체성을 상실해야 했고 세계시민이고자 했으나 세계 어느 곳에서도 평온할 수 없없었다.”(34 페이지)란 글과 “그는 하급 노동자로 반평생을 넘게 살았고.. 늘 냉소적이지만 유머를 잊지 않았고, 늘 취해서 썼다지만 글은 말짱하게 깨어 있으며.. 별 장식 없이 간결하고 거칠지만 그의 글은 그지없이 시적이고 기괴하게 슬프고 철학적이기까지 하다..”(169 페이지)란 글을 비교해 보라.

두 작가의 사례를 아이러니라 해야 하는가. 그러나 둘은 차이를 가졌다. 전자는 자신의 바람과 상황이 일치하지 않았고 후자가 지녔던 덕목들은 노력 여하에 따라 이룰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부카우스키는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란 책에서 시인들에 대한 진실을 폭로한다. “시인들, 난 그때 한 가지 희한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들 중 누구도 이렇다 할 생계수단이 없었다. 시인들은 오로지 시만 썼다. 그들의 시는 얄팍하고 가식덩어리였지만 그런 시를 계속 써 댔을 뿐더러 옷차림도 제법 근사했고 영양상태도 좋아 보았으며 대개는 그들 뒤에 어머니가 꼭꼭 숨어 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심지어는 시까지도 일부 대신 써줬다. 이제 시인들 얘길 쓰는 게 지겹다. 하지만 한마디 덧붙이자면 그들은 달리 살지 않고 굳이 시인으로 사느라 제 자신을 망치고 있다. 난 쉰 살까지 일반 노동자로 일했다.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여 살았다.

시인이랍시고 내세워 본 적도 없다. 먹고살려고 일을 하는 게 대단한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건 대체로 끔찍하다. 게다가 끔찍한 일자리 하나를 지키려고 싸우는 것은 다반사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쓸 때 허튼 수작을 내려놓을 줄 아는 것은 그 난장을 겪은 덕이라고 생각한다.”(171, 172 페이지)

이를 모리스 블랑쇼의 ‘문학의 공간’에 나오는 시인론과 비교해보자. 블랑쇼는 “시인은 추방당한 존재이다. 그는 도시에서, 규칙적인 일에서, 그리고 제한된 의무에서 추방당한 존재이다...예술가는 종종 자신의 작품의 폐쇄된 공간 안에 소심하게 웅크리고서 그 세계 안에서 군주처럼 이야기하며 자신이 사회에서 맛본 패배에 복수를 꾀하는 나약한 존재 같은 인상을 준다.”는 말을 했다.

비슷한 듯 차이나는 언설이 쾌감을 준다. 부카우스키편에 이르러 우리는 확실히 디아스포라가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존과 얽힌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카우스키는 미칠 것 같거나 자살하고 싶거나 살인을 꿈꾸지 않는다면 작가가 되지 말라는 말을 했다.(176 페이지) 이는 시인이나 작가란 대단한 존재이거나 영감에 휩싸인 천재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쓰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것이 진짜 글을 쓰게 하지 쥐어짜고 만들어야 한다면 진짜 글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는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면 쓰라고 젊은 시인에게 충고한 릴케의 말과도 비슷한 듯 다른 말이다. 부카우스키는 1920년에 태어나 1994년에 타계했다. 그는 독일계 미국 시인, 작가였다.

‘밖으로부터의 고백 디아스포라로 읽는 세계문학’은 이미륵(李彌勒: 1899 – 1950)편에 이르러 대단원을 맺는다. 황해도 해주 출생의 망명 작가인 그는 이의경(李儀景)이란 본명을 가졌고 독일식으로는 Mirok Li(미로크 리)로 불렸다.

자전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가 그의 대표작이다. 저자는 이미륵이 작가, 나아가 진정한 세계시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낯선 땅에서 느낀 자신의 타자성, 타인의 이질성, 그리고 그 간극(間隙) 사이에서 느꼈을 고통과 소통에의 열망 때문이었다고 말한다.(204 페이지)

이미륵의 뮌헨대학 스승이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에 나오는, 반나치 운동으로 처형된 쿠르트 후버 교수이다. 이미륵은 게슈타포에게 체포될 위험을 무릅쓰고 후버 가족을 앞장서서 돌봐 독일인들을 놀라게 했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처음에 독일어로 쓰였다. ‘Der Yalu fließt’가 원제인 이 책을 우리 말로 옮긴 사람이 전혜린(1934 – 1965)이다. 살아서 만난 적이 없는 두 사람은 그러나 뮌헨 대학에서 공부한 인연을 공유한다.

이는 윤동주 시인과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를 추모하는 모임의 대표인 야나기하라 야스코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야스코는 윤동주 사후 태어난 일본인이다.

릿쿄 대학에서 공부한 그는 윤동주 시인이 릿쿄대학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윤동주 선배가 자신과 같은 의자에 앉아 공부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디아스포라 정신은 시공을 건너뛰어 이어지는 듯 하다. 정은경의 책은 디아스포라, 코즈모폴리턴 등의 이름으로 기억할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짧고 강렬한 정은경 평론가의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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